데스크 칼럼 / 배철민 편집국장

 

국제표준화기구(ISO)가 오는 2006년까지 ‘상하수도서비스 표준(ISO/TC224)’을 도입

   
하기로 함에 따라 전문기술과 경영마인드가 부족한 우리나라는 선진국의 개방 압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ISO/TC224는 그동안 프랑스·영국·독일 등 물 산업 선진국에서는 사업의 투명성을 높이고 사업자간 경쟁을 통해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돼 왔으나, 이번에 ISO에 의해 먹는 물 공급과 폐수 관리방법에 관한 국제표준으로 확대돼 전 세계가 동일한 물 관리 기준을 적용 받을 것으로 예상, 우리나라도 ISO의 표준 도입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가 됨에 따라 대안으로 상하수도 사업 민영화가 거론되고 있다.
전세계에서 10억 명이 넘는 사람들이 깨끗한 식수를 공급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물 사업’은 전망 밝은 사업으로 부각되고 있다. 다국적 물기업에 있어서 물 위기는 곧 기회인 것이다. 이미 세계 100대 기업에 물장사를 하는 프랑스 다국적 기업인 수에즈(SUEZ)와 비벤디(VIVENDI)가 들어가 있다. 수에즈, 비벤디 그리고 독일의 RWE는 150개 국가 3억 명에게 물을 공급, 한해 2천억 달러(약 3백20조 원) 이상의 이윤을 남기고 있다.

반면 이들에게 물 공급권을 맡긴 국가에서는 인상되는 수도 요금과 부실한 설비투자에 대한 분노가 고조되고 있다. 볼리비아의 수돗물 공급권을 벡텔이 인수하면서 상수도 요금이 3배 상승했고, 프랑스에서는 민영화된 후 수도요금이 150%, 영국에서는 106%나 올랐다. 인도의 일부 가정은 수입의 25%를 물을 사용하는데 지출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물 서비스 민영화에 거대 다국적 물 기업은 물론이고 세계은행(World Bank), WTO, IMF 같은 국제금융 기구가 결탁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세계은행, IMF는 차관 제공시 상수도 산업에 대한 민영화 조건을 제시하고 있는데 상수도는 민영화를 통한 투자금 회수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세계적 물 민영화 흐름에 우리나라도 예외일 수 없다. 1999년부터 ‘사회간접자본시설에 관한 민간투자법’에 따라 상하수도 시설에 대한 해외기업의 투자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베이올리아워터(전 비벤디워터 코리아)는 국내 진출 3년만에 매출 2천억 원을 돌파했으며, 수에즈의 자회사인 온데오(ONDEO)는 정수장과 하수처리장 민자유치 사업을 중심으로 진출하고 있다. 베이올리아워터(VEOLIA WATER)는 2000년 3월 국내에 설립 이후 현대석유화학과 하이닉스반도체의 공업용 폐수시설을 관리하고 있다. 인천시는 지난 2002년 송도 만수지구의 2개 하수종말처리장 건설과 운영권을 삼성엔지니어링과 손잡은 베이올리아워터에 넘겼다.

또 수에즈의 자회사인 온데오(ONDEO)와 한화건설은 양주군에 하수종말처리장을 3곳을 건설하고 20년간 운영권을 보유하기로 했으며, 서울·부산 등 일부 광역시 정수시설 설계에도 참여하고 있다. 특히 베이올리아는 서울, 대산, 여천, 가남, 청주, 구미 등 6곳에 사업장을 두고 지자체 상하수도 서비스 위탁사업에 적극 참여하고 있어, 우리나라에서도 물 서비스의 민영화 속도는 가속화될 전망이다.

반면 국내에는 광역상수도를 책임지고 있는 수자원공사와 대도시의 수도사업본부, 수도관련 설계·건설 경험이 있는 업체들 등이 이들 다국적 물기업에 대한 ‘대항마’로 거론되고 있지만 통합적인 수도관리 경험이 없다는 점에서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상하수도 사업 민영화가 불가피한 이유로 지방자치단체들이 직영하는 현행 시스템의 비효율성을 들고 있다. 지자체들의 비효율적인 수도산업 운영은 곧 시민들의 부담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현재 1백67개 지자체들이 지방상수도와 관련해 진 빚은 3조6천억 원을 넘어선 상태로 누적된 적자 탓에 시설투자를 게을리 하는 지자체도 많다.
특히 많은 사업자가 ‘따로따로’ 상수도 사업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중복투자도 초래하고 있다. 또 물을 공급하는 곳과 규제하는 곳 모두 해당 지자체이기 때문에 부실 경영에 대한 통제도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상하수도 같은 공익 서비스가 갑작스런 민영화로 외국기업에 넘어갈 경우 요금 인상 등 마찰 소지가 있다. 따라서 민영화보다는 경영형태 개선, 구조 개편, 경쟁력 있는 선진 기술력 및 전문인력 확보를 통해 상수도 서비스를 향상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즉 공공부문간 경쟁을 통해 수도사업 광역화를 유도하고, 경쟁력이 떨어지는 지자체가 경영능력을 인정받은 다른 지자체에 수도사업 경영권을 넘기거나, 수도종사자 자격인증제 실행 및 협조체계 강화 등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지속적인 투자와 기술개발이 필요하다. 또 지자체에 대한 경영평가를 강화하여, 평가 결과 낮은 점수를 받은 부실 지자체에 대한 제재제도를 도입하여야 한다.

저작권자 © 워터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