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식/한국생태사진가

 

얼음처럼 찬 ‘냉천수’…마음 속까지 시원

물이 너무 맑아 샘물이 가득차 있어도 물이 있는지 분별 어려워


   
물이란 인간이 생명을 유지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40여년 전 선친께서 하신 말씀이 기억난다. “사람들이 물 귀한 줄 모르고 살아가는데 앞으로는 물도 비싸게 사먹어야 할 때가 올 것”이라고 하시며, “물 한 모금이 피한방울처럼 소중한줄 알아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그렇다. 우리 한국은 이미 유엔이 지정한 물 부족 국가이다. 이미 세계는 물 전쟁 시대가 온 것이다. 물 자원을 많이 가진 선진국의 물 지배 아래에 놓일지도 모른다.
 그동안 우리는 옛 조상들이 남기고 간 좋은 샘물을 헤프게 써온 것이 사실이다. 아직도 좋은 샘물이 우리강산 방방곡곡에 보석처럼 숨겨져 있지만 관리에 너무 소홀하다. 그 좋은 물 중에는 자연이 품어주는 ‘참 샘물’을 꼽을 수 있다. 냉천수(冷泉水,찬물)는 거의 오염되지 않았고 대체로 수질도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서울 근교 절(寺)에 있는 샘물로 하남 선법사의 ‘은조왕샘’, 강화도 ‘정수사샘’, 도봉산 ‘망원사샘’, 동두천 소요산 자제암의 ‘원료샘’을 들 수 있다.
강화도 화도면에 있는 정수사(淨水寺) 샘물은 절 이름에서 좋은 샘물이 있음을 예고해 준다.
 
   
   
▲ 인천시 강화군 화도면 마니산 자락에 있는 ‘정수사 약수’. 물이 찬‘냉천수’로 마시면 마음 속까지 시원하다.
이 샘물은 조선 초기 다승(茶僧)으로 이름이 높았던 함터 득통(1376-1433) 스님이 강화도 화도면 사기리 마니산 남쪽 자락에 절을 중창(重創)하면서 대웅보전 서쪽 산신각 아래 바위틈에서 솟아나는 석간수를 발견한 것이다.
물이 너무 좋아 절 이름을 아예 정수사로 바꾸었다(김대성 지음 「차 문화 유적답사기」 불교 춘추사 2000. 84쪽).
절의 물이 그렇듯이  이물로 차를 끓이면 차 잎의 깊은 속까지 파고들어 농축되어 있는 차의 진액을 풀어내어 그윽한 맛을 내준다.
물이 너무 차서 ‘냉천수’라 부르고 있다. 또한 물이 너무 맑아서 샘에 물이 가득 차 있어도 물이 있는지 없는지 분별하기 어렵다.
정수사는 639년(선덕여왕 8년) 희정대사가 창건했다. 희정은 마니산 참성단을 둘러본 뒤 그 동쪽의 지형을 보고 불제자가 삼매정수를 수행할 수 있는 곳이라며 이절을 지었다. 그 뒤 1426년(세종6년 함허 스님이 다시 증축했다.
대웅전은 보물 161호로 지정되어 있다. 정수사의 명물은 대웅전 전면 문짝이다. 꽃병으로부터 연꽃과 모란꽃이 화려하게 피어나는 모양을 조각한 꽃 창살이 유명하다. 그 좌우 두 짝씩의 문은 정(井)자 살창호다. 꽃 창살의 화려함은 양쪽 협칸의 소박한 격자 창호로 인해 더욱 돋보이는데 조작된 연꽃과 모란꽃이 더욱 화려하게 피어나는 듯한 느낌을 준다.
   
▲ 찾아가는 길
쪾강화대교 이용시: 강화 사거리(좌회전)→ 삼거리(좌회전)→ 금월(선원면)→ 두운(불은면)→ 온수 오거리(직진)→ 선두→ 사기리→ 정수사
쪾초지대교 이용시: 김포시 누산 삼거리서 좌회전→초지대교→ 온수 오거리(직진)→ 선두→ 사기리→ 정수사
강화대교가 개통되어 정수사를 찾아가는 데는 무리가 없고 그 절 앞에까지 차량이 진입할 수 있어 누구나 쉽게 찾아 갈수 있다. 서울근교에서 이렇게 숲이 많고 시원한 샘물은 흔하지 않다. 이 무더운 여름 피서를 오염된 바다로 달려가기보다는 숲이 있고 운치가 있는 시원한 계곡이 손짓하는 정수사의 얼음처럼 찬물로 피서를 맛보심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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