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길 영 / 국회환경포럼 정책실장


지난 4월20일 다국적 석유회사인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 소유의 ‘딥 워터 호라이즌 호’의 석유 시추시설 폭발 사고로 원유가 하루 80만L씩 대서양의 멕시코만으로 쏟아지고 있다. 1989년 ‘액슨 발데스 호’ 사고 때도 그랬듯이, BP는 정직하지 못하게 사태를 축소은폐하고, 원유가 더 이상 유출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한 것처럼 선전하였다. 하지만 여전히 5월 26일자 보도에 의하면, 원유가 지금도 바다로 유출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최악 해양환경재앙 기록될 것

이번 사고로 미국 습지의 40%가 밀집된 생태계의 보고이자 황금어장인 미시시피강 하구가 검은 기름띠로 뒤덮이고 있어 치명적인 생태계 파괴가 계속되고 있다. 특히 이 지역은 바위나 모래사장이 아니라 습생식물로 덮여 있어 기름띠를 닦아낼 수 없어 최악의 해양 환경재앙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물신주의 빠진 인간의 탐욕 때문에 멕시코만과 미시시피강 하구의 생명체가 무자비하게 몰살당하고 있다.

사태의 심각성은 이뿐만이 아니다. 하루 최대 80만L씩이나 원유가 바다로 쏟아지고 있음에도, 현재로서는 원유 유출을 멈추게 할 유용한 방법이 없다.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원유가 유출되었는가에 대한 정확한 통계조차 내놓지 못한 실정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로 1989년 3월 알래스카의 프린스윌리엄사운드 해안 암초에 부딪혀 좌초한 ‘엑슨 발데스 호’에서 유출된 약 4만 톤의 원유에 의한 환경재앙을 훨씬 능가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번 사고를 보면서 우리는 뼈를 깎는 반성과 반성과 교훈을 얻어야 한다. 사고가 나자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 겨우 2차 오염을 유발하는 유화제나 무차별 살포하고, 파도에 쓸려 효과도 없는 플라스틱 방어막이나 치는 일이 대부분이다. 우주여행 시대를 열었다고 자랑하는 21세기 눈부신 과학기술도 한없이 원유를 바다에 쏟아내고 있는 기름 파이프 하나 잠그지 못하고 있다. 참으로 부끄럽고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번 사고, 물신주의 빠진 인간 질타

이번 사고는 물신주의에 빠져 눈앞의 이익과 성과에만 매달린 채 앞만 보고 달려온 21세기 인류에게 깊은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 과학기술의 힘만 믿고 육해공을 가리지 않고 자연자원을 채굴하는 인간들에게 커다란 경종을 울려주고 있다.

자본가들은 자연자원을 최적의 비용·효과인 방법으로 탐색하고 캐먹는 기술개발에는 엄청난 돈을 투자해오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이번 같은 사고가 발생했을 때 효율적으로 대처하는 기술개발에는 쥐꼬리만한 돈을 투입하는 것이 다반사이다.

이번 사고는 자연을 정복의 대상으로 삼고, 자연을 부의 추적을 위한 착취의 대상으로 삼아온 21세기 인류에게 커다란 성찰과 교훈을 동시에 주고 있다. 인간은 자연을 정복할 자연 밖의 군세(軍勢)가 아니라 자연의 일부에 불과한 미미한 존재이다. 때문에 우리는 인간이 자연을 정복하는 순간 곧 자연에 정복당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번 사태는 21세기 눈부신 과학기술문명에 기대어 으스대며, 자본축적을 위해 자연을 마음대로 다룰 수 있는 특권이라도 있는 것처럼 행동하는 21세기 인류의 오만과 무례를 크게 질타하고 있다.

인간, ‘만물의 영장’ 아닌 생태계 일원

또한 우리는 대자연의 힘 앞에서 한없이 나약한 존재란 사실을 알아야 한다. 지난 3월 겨우 40여 미터 서해 바다 속에 침몰된 천안함 속의 우리 장병 46명이 생사를 건 사투를 벌이는 수십일 동안, 과연 물 밖의 우리가 할 수 있었던 일이 무엇이었던가? 인간은 만물을 지배하고 착취하는 영장의 동물이 아니라, 만물과 같이 살아가야 할 생태계의 일원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그래야 우리 모두가 살 수 있다.

오늘날 인간이 만든 일련의 비극적인 사태 앞에서 우리는 적어도 두 가지 교훈을 얻어야 한다. 하나는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기술개발과 사후 대응기술 개발에도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신속·정확하게 행동할 수 있는 위기관리 대응체제를 다시 구축하라는 것이다.

천안함 사태에서 보았듯이, 사태 예방은 고사하고 비상사태에 대하여 보고 하나도 신속촵정확하게 못해서야 말이나 되는가. 통해서 충분히 예견되는 사태에 신속·정확하게 대처해야 할 엄중한 시국이다. 이에 발상의 대전환이 긴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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